음력으로 매달 18일이 지장재일인데, 무착암에서는 매월 넷째주 일
요일 정기법회때 지장재를 지낸다.
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관을 해주면 좋기때문에 그렇게 날짜를 임의
로 바꿨다.
이번달에도 새벽부터 재에 올릴 음식이며 법당청소며, 도량 청소를
하고 준비가 끝나갈때쯤 샛거리 목탁이 울렸다.
가니 증연스님이 어떤 노보살님과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, 전화를 끊
은 증연스님 왈, 이 보살님 운명이 너무 기구해서 재지내는데 참석
하라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.
할머니 슬하에 다섯의 자식이 있는데 큰아들은 암에 걸려서 투병중
이고 둘째아들은 작년에 사고로 죽고, 셋째는 또 어떻고..하는데
사면초가였다. 그래서, 자기가 너무 업이 두터워서 그렇지 싶어 요
즘에는 일상에서 죽어라 기도만 한다고 한다.
그래서 그런지 큰아들의 병세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.
아픈 다리를 이끌며 겨우 겨우 오셨는데, 그 분과함께 하는 내 마음
이 그 보살님 마음처럼 그렇게까지 절절하지는 않았다.
" 아, 이럴수가... 벌써 타성에 젖은것일까..."
예불때마다 축원문을 읽는 부전소임을 맡은 나로서 이럴수가 있는가
하는 생각이 들었다.
출가정신이 흐려진것이다. 상구보리하고 하화중생하라 했는데, 어째
서 중생의 아픔이 내 아픔이 아니던가...
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재를 지내는 동안 아들이 좋은 곳에 태어나
기를 바랬을까. 마음이 무거워질려고 했으나 진흙에도 물들지 않는
연꽃처럼 다시 한번 출가정신을 되뇌인다.
'타성에 젖지 말자' , '나는 출가자다', ' 더 강해지자' 등등..
스스로에게 경책을 해본다. |
진흙에도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... 
첨부화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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